단어를 외우는데도, 문장 속에선 못 쓰는 이유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게 해도 막상 문장을 만들거나 말할 때는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apple = 사과”, “go = 가다”는 알고 있지만 “Can I go now?” 같은 문장은 막막하게 느껴지는 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 이유는 단어를 ‘의미’로만 외우고, 그 단어가 실제로 쓰이는 ‘상황’을 함께 익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단어를 암기 대상이 아닌, 이야기와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히는 경험의 일부로 다룹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초등학교가 아이들에게 단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그 단어를 어떻게 ‘자기 언어’로 만들게 하는지를 알려드릴게요.
미국 초등학교의 단어 교육은 ‘암기’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단어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 단어가 어떤 의미인가?’보다 ‘이 단어를 어디서, 어떻게 쓰는가?’입니다. 즉, 단어를 상황 속에서 익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1. 단어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미국 교실에서는 단어 리스트를 따로 외우게 하지 않고, 동화책이나 스토리 중심 활동 속에서 단어를 접하게 합니다.
예: 동화책 [The Very Hungry Caterpillar]를 읽으며 hungry, eat, full, stomachache 같은 단어를 등장인물의 행동과 함께 익히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단어 뜻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맥락과 감정까지 함께 기억하게 됩니다.
2. 단어는 ‘몸으로 체험’하는 활동과 연결됩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그걸 직접 행동으로 표현하거나, 만들거나, 그려보는 활동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예:
- ‘mix’라는 단어를 배울 때,
실제로 색깔을 섞어보며 "Let’s mix red and blue!"라고 말합니다. - ‘float’와 ‘sink’를 배울 때는
물 위에 물건을 띄워보며 직접 실험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는 단어를 ‘오감으로 체험’하며 익히고, 한 번 배운 단어는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
3. 단어는 ‘의미군’으로 연결되어 확장됩니다
미국 수업에서는 단어를 하나씩 외우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단어들을 묶어서 함께 접하게 합니다.
예:
'weather' 주제 수업에서는
- sunny, cloudy, rainy, stormy, windy 같은 단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함께 익힙니다.
또한
- feel, hot, cold, wear 등 상황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는 단어군을 함께 다룹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단어 하나에 갇히지 않고, 말하고 싶은 상황 전체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단어는 ‘쓸 수 있어야 내 것이 됩니다’
미국 초등학교 단어 교육의 목표는 단어를 많이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그 단어를 말하거나, 써보거나, 연결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즉, 단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미국식 단어 활용 활동 예시
- [읽기]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여러 번 읽으며 단어의 리듬과 쓰임새에 익숙해짐
→ 예: The boy is running fast. - [쓰기] 배운 단어를 활용해 나만의 문장 또는 짧은 글을 만들어보기
→ 예: I am happy because it is sunny today. - [그리기] 단어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말해보기
→ 예: (햇볕 그림을 그리며) It’s hot and sunny.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단어는 아이의 언어가 되고, 기억에 남는 문장이 됩니다.
한국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어 학습법
한국에서도 미국식 단어 교육 방식을 가정이나 어학원 수업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의미 중심의 단어 암기’가 아니라 사용 중심의 단어 체득입니다.
1. 단어는 ‘장면’과 함께 보여주세요
- 단어카드에 ‘apple = 사과’
- 실제 사과를 보여주며 “It’s an apple. Let’s eat the apple!”
시각과 행동이 함께 연결되면 아이의 두뇌는 단어를 이미지화된 정보로 기억하게 됩니다.
2. 단어는 ‘내 문장’으로 직접 말하게 하세요
새 단어를 배운 후, “이 단어로 문장 만들 수 있어?” 대신 “이 단어를 언제 써봤어?”라고 물어보세요.
예:
- ‘run’을 배웠다면
→ “Where do you run?”
→ “Can you make a sentence with ‘run’?”
아이가 단어를 자기 경험과 연결해서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3. 단어는 ‘주제별 덩어리’로 묶어 주세요
예를 들어 ‘음식’ 주제를 다룰 땐, 단어를 이런 식으로 묶어 제시할 수 있어요:
- apple, banana, sandwich, water
- eat, hungry, snack, drink
아이는 단어를 따로따로 외우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상황 안에서 함께 사용하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단어는 외워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단어를 외우지 않습니다. 대신, 그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언제, 어떻게, 왜 이 단어를 쓰는지 감각적으로 익혀갑니다. 이렇게 익힌 단어는 단순한 낱말이 아닌 문장과 감정, 경험과 연결된 ‘자기 언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어는 까먹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 아이에게 단어를 가르칠 때 뜻부터 외우게 하기보다, ‘이 단어는 언제 쓸 수 있을까?’ ‘어떤 장면에서 들었을까?’를 함께 생각해 보세요. 그 질문이 바로, 단어를 언어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