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순서가 있고, 영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가장 흔히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입니다. 듣기를 먼저 시켜야 할지, 말하기를 먼저 해야 할지, 아니면 읽기나 쓰기를 병행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영어 교육이 ‘시험 과목’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기 → 쓰기 → 문법 → 단어 외우기’ 순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들은 ‘언어는 소리에서 시작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듣기 → 말하기 → 읽기 → 쓰기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영어를 습득합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순서와 그 이유, 그리고 가정에서 어떻게 이 흐름을 실천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듣기가 먼저입니다 – 언어는 귀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영어 수업은 듣기 중심 활동으로 시작됩니다. 교사는 노래, 짧은 동화, 이야기, 생활 대화를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모든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듣고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매일 듣게 합니다:
- “Line up, please.”
- “Can you open your book?”
- “Let’s read together.”
이러한 반복 노출을 통해 아이는 문장 구조와 어휘의 자연스러운 조합을 귀로 익히게 됩니다. 듣기는 영어 감각의 ‘기초 회로’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말하기는 듣기의 결과로 시작됩니다
듣기가 충분히 이루어진 아이는 자연스럽게 따라 말하기를 시작합니다. 미국 초등학생들도 처음엔 짧은 표현을 반복해서 말하며 자신의 말로 조금씩 확장해 나갑니다. 미국 수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하기 활동이 자주 사용됩니다:
1.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교사가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같은 패턴으로 대답합니다.
예:
- Teacher: “How are you today?”
- Student: “I’m happy!”
2. 리피트 앤 리빌드(Repeat and Rebuild)
아이가 짧은 문장을 따라 말한 뒤, 단어 하나를 바꿔 새 문장을 말하게 합니다.
예:
- “I like apples.” → “I like bananas.”
이렇게 하면 아이는 말의 구조와 패턴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읽기는 말하기 다음에 옵니다 – 소리와 문자를 연결하는 단계
미국의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읽기를 말하기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쓰이는 핵심 전략은 파닉스(phonics)입니다. 즉, 소리와 글자(철자)를 연결해 단어를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예를 들어, /b/ /a/ /t/라는 세 소리를 듣고 bat이라는 단어를 인식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소리 중심의 언어 경험을 문자로 연결시키게 됩니다. 또한 그림책이나 쉬운 리더스를 함께 읽으며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익숙한 문장을 시각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미국 아이들이 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문장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 단순 해독이 아닙니다.
쓰기는 가장 마지막에 시작됩니다 – 표현의 완성 단계
쓰기 활동은 보통 말하기와 읽기가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 점차적으로 시작됩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처음부터 문장을 쓰게 하지 않고, 단어 쓰기 → 짧은 문장 만들기 →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글 순으로 점진적 쓰기 지도를 합니다.
예:
1단계: cat, dog, sun 같은 단어를 쓰기
2단계: I see a dog. / The sun is big.
3단계: I like summer because I can go swimming.
쓰기에서는 철자보다도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훈련에 중점을 둡니다. 문장이 틀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경험'을 갖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미국식 영어 습득 순서를 가정에서도 그대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활동 예시를 소개드릴게요.
1. 듣기 단계 실천 팁
- 영어 동화책을 매일 들려주세요 (리드얼롱북 추천)
-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배경음처럼 익숙하게 만드세요
- 상황에 맞는 생활 영어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 “Time to eat!”, “Let’s get ready for bed!”
2. 말하기 단계 실천 팁
- 익숙한 문장을 아이가 직접 따라 말하게 하세요
- 그림을 보여주고 “What is this?” 질문을 해보세요
- 아이가 말한 문장을 부모가 자연스럽게 확장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예:
아이: “Dog!”
엄마: “Yes! It’s a big brown dog!”
3. 읽기 단계 실천 팁
- 파닉스 음가 중심의 리더스를 천천히 보여주세요
-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 아이가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짧은 문장 중심으로 구성하세요
예: “I see a cat.”, “The sun is hot.”
4. 쓰기 단계 실천 팁
- 그림일기나 단어 따라 쓰기부터 시작하세요
- 자기 이름, 좋아하는 음식, 감정을 짧게 적어보게 하세요
- 문장 구조보다도 자유롭게 쓰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영어는 말이 아니라 ‘흐름’입니다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것입니다. 듣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말하기가 어렵고, 말하기가 약하면 읽기와 쓰기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아이가 소리 → 말 → 읽기 → 쓰기의 순서를 따라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에 익히게 도와줍니다. 이 순서는 언어 습득의 기본이자, 아이에게 영어를 부담 없이 익히게 하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 아이가 어디쯤에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함께 걸어가 주세요. 영어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