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법, 꼭 따로 공부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영어 문장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문법'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여기 왜 is가 들어가요?”, “왜 이럴 땐 went고 저럴 땐 go예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부모로서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문법을 중요한 시험 항목으로 다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규칙’을 중심으로 배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문법 수업이 따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정확한 시제를 구분하고, 자연스러운 어순으로 문장을 써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 문법적인 영어를 말하고 쓸 수 있을까요? 미국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문법을 가르치지 않고, 익히게 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차이가 바로 아이들의 영어 체득 방식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 문장을 쓰는 이유
미국 아이들이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문법 용어나 규칙을 거의 배우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들은 반복적인 문장 패턴과 말하기, 글쓰기 활동을 통해 문장의 구성과 시제, 어순 등을 자연스럽게 익혀 갑니다. 예를 들어, 과거 시제를 배울 때도 “Today I play soccer. Yesterday I played soccer.”처럼 문장의 변화만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별도의 시제 강의 없이도 ‘어제’를 말할 때 동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느끼고 따라 하며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의 언어 인지 발달 과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문법을 설명으로 배우기보다, 문장의 반복 노출과 사용 경험을 통해 규칙을 스스로 유추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문법을 ‘외우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미국 초등학교의 문법 지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문법을 별도의 단원으로 가르치기보다, 글쓰기, 말하기, 읽기 수업 속에서 스며들게 합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문장의 구조와 규칙을 익히면서 문법적 감각을 기르게 됩니다.
1. 패턴 반복을 통한 시제 학습
현재 vs 과거 vs 미래 시제를 배우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같은 문장을 시간 표현만 바꿔 반복하는 것입니다.
- Today I eat breakfast.
- Yesterday I ate breakfast.
- Tomorrow I will eat breakfast.
이렇게 비교하면서 읽고 말하다 보면, 아이들은 'eat-eaten-will eat' 같은 동사 변화의 규칙을 설명이 없어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2. 글쓰기 활동 속 문법 노출
아이들이 하루 일과를 쓰거나, 주말 활동을 쓰는 글쓰기 시간에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제나 주어-동사 일치를 배웁니다. 교사는 이때 “Is this in the past or now?”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져 아이 스스로 문장을 점검하게 도와줍니다. 정답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장 안에서 문법적 오류를 느끼게 하고 스스로 수정하는 힘을 기르는 방식입니다.
3. 교사와의 대화 속 피드백
아이가 문장을 말할 때 “Yesterday I go to park.”라고 말하면 교사는 자연스럽게 “Oh, you went to the park? What did you do there?”라고 정답을 말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피드백 대화로 정정해 줍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go → went”가 되는 규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음에 말할 땐 스스로 수정하게 됩니다. 이는 아이가 실수에 위축되지 않고 문법을 받아들이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문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돕는 가정 실천법
가정에서도 미국식 문법 학습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문법을 ‘설명’하려 들기보다, 문장을 반복 노출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1. 같은 문장을 다양한 시제로 반복해 보기
- 오늘, 어제, 내일이라는 시간 표현을 중심으로 같은 문장을 세 가지 시제로 변형해 보세요.
- 예: Today I eat toast. Yesterday I ate toast. Tomorrow I will eat toast.
- 이 활동을 통해 아이는 시제가 왜, 어떻게 바뀌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됩니다.
2. 그림일기 쓰기
- 아이에게 하루를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그 아래 한두 문장씩 영어로 써보게 해 주세요.
- 예: 자전거 타는 그림 → “I rode my bike at the park.”
- 이 활동은 자신의 경험을 시제에 맞게 정리하는 훈련이 되며, 문법적 오류는 부모가 정답을 말하지 말고 “Was it today or yesterday?” 같은 힌트를 주는 방식으로 유도해 주세요.
3. 부모와의 짧은 회화 속 자연스러운 문법 노출
- 엄마: What did you eat for lunch?
- 아이: I eat pizza.
- 엄마: You ate pizza? Sounds yummy!
- 이런 식으로 정답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자연스럽게 정답을 말하며 아이가 따라잡도록 유도하면 문법이 강요가 아닌 언어 흐름으로 자리 잡습니다.
4. 자주 쓰는 문장 패턴 암기
- I like ~
- I went to ~
- I’m going to ~
이런 구조는 아이가 문법 구조를 외우지 않아도 문장 자체로 문법을 익히는 훈련이 됩니다. 이런 패턴을 이용한 일상 말하기를 자주 시도해 주세요.
규칙보다 익숙함이 먼저입니다
영어 문법은 규칙이 아니라 사용의 결과입니다. 아이에게 문법을 잘 외우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법적인 문장을 자연스럽게 쓰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문장은 많이 쓰고, 많이 말해보고, 많이 들으면서 익숙해질수록 더 정확해집니다. 미국 아이들이 문법책 없이도 정확하게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문장과 문법을 ‘사용’하는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영어 문법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문장을 즐기게 해 주세요. 그러면 문법은 따라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