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바로 질문입니다
아이에게 영어 일기나 짧은 글쓰기를 권했을 때, “몰라요”, “뭐 써야 돼요?”, “생각이 안 나요”라는 반응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상황은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글을 시작하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도 글쓰기 수업의 시작은 ‘무엇을 쓸까’를 찾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교사들은 학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경험, 감정, 생각을 떠올려보게 유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문장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의 질문을 사용해 아이의 글쓰기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효과적인 질문 10가지를 소개하고, 각 질문이 어떤 글쓰기로 연결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생각을 꺼내주는 질문 10가지와 쓰기로 연결하는 방법
다음의 질문은 모두 아이의 글쓰기 사고를 자극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각 질문은 의견 쓰기, 경험 쓰기, 감정 쓰기, 상상 쓰기 등 다양한 글 유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1. “오늘 너를 웃게 만든 일이 있었어?”
→ 감정 중심 일기 쓰기로 연결
예: Today I laughed because my friend told a funny joke.
2. “지금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야?”
→ 장소 묘사 쓰기로 연결
예: The beach I visited last summer was very quiet and warm.
3.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왜 좋아해?”
→ 의견 + 묘사형 글쓰기 가능
예: I love spaghetti because I like the taste of the sauce.
4. “최근에 네가 도와줬거나 도와준 사람이 있어?”
→ 경험 + 감정 중심 서사 쓰기
예: I helped my mom carry groceries. She smiled and said thank you.
5. “만약 네가 동물 한 마리가 될 수 있다면 뭘 고를까?”
→ 상상 글쓰기, 창의력 확장
예: I want to be a dolphin because I like the ocean.
6. “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야?”
→ 서사 구조(시간 흐름) 쓰기
예: Last week, I won the spelling game. I felt very proud.
7.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어?”
→ 의견 글쓰기로 연결
예: I would change lunch time because it is too short.
8. “누군가에게 고마웠던 순간이 있었어?”
→ 감정 중심 글쓰기
예: I was thankful when my friend shared his umbrella with me.
9. “내일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기대감 + 미래 시제 글쓰기
예: Tomorrow I want to bake cookies with my dad.
10.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이 들어?”
→ 감정 어휘 훈련 + 자기표현
예: I feel calm because I am reading my favorite book.
이러한 질문들은 아이가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건 말할 수 있어요!”라는 자신감으로 바꾸어주는 힘을 가집니다.
질문을 사용할 때 부모님이 유의하면 좋은 점들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어가느냐에 따라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1. 정답을 기대하지 마세요.
- 아이의 대답이 짧거나 단순해도 “그래,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라는 반응으로 시작하세요.
- 글은 생각의 양보다 표현의 연습이 더 중요합니다.
2. 질문을 되묻거나 확장해 보세요.
-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때 기분은 어땠어?” 같은 후속 질문을 덧붙이면
한 문장에서 세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3. 말하기로 먼저 풀어낸 후 글로 옮기도록 유도하세요.
- 말로 한 번 이야기한 내용은 글로 쓰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 “방금 말한 걸 한 문장으로 써볼까?” 같은 말로 연결하세요.
4.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새롭게 던지세요.
- 같은 질문도 다르게 변형하거나, 오늘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 보세요.
- 예: 비 오는 날 → “비 오는 날은 어떤 기분이 들어?”
글쓰기 전에 던지는 질문 하나가 글의 시작이 됩니다
아이에게 글을 쓰라고 할 때, 글 내용보다도 “무엇을 써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 됩니다. 이 장벽은 질문 하나로 충분히 허물 수 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수업에서도 “오늘의 글쓰기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주제를 정하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 질문은 때로는 단순하고 짧지만, 아이의 감정과 사고를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도 질문을 통해 “영어로 글을 쓴다”는 부담을 “내 생각을 풀어낸다”는 경험으로 바꿔보세요. 아이의 글쓰기 실력은 어느새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자라나 있을 것입니다.
일상 속 대화가 곧 영어 글쓰기의 씨앗이 됩니다
질문은 꼭 글쓰기 직전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매일 같은 시간에 “영어 글 써야지!”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평소 나누는 이야기 속에 질문을 담아두면 아이는 부담 없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중에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 뭐였어?”라는 질문을 영어로 해보고, 아이가 말한 내용을 “내일 영어 일기에 써보는 건 어때?”라고 자연스럽게 이어 보세요. 또는 주말에 다녀온 장소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였어?”라고 물은 다음, 사진 한 장과 함께 짧은 설명문 형태로 글을 쓰게 유도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질문 → 말하기 → 글쓰기의 흐름을 생활 속에서 반복하다 보면, 아이에게 영어 글쓰기는 과제가 아닌 일상적인 표현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질문이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는 도구가 되기 때문에, 아이의 자율성과 사고력도 함께 자라게 됩니다.